나는 도대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이 “진보와 빨갱이” 논쟁이다. 나는 이런 정치 문제에 대하여 사실 잘 모르지만 내 글방이 “잘 몰라도 한마디” 하는 곳이니 말리지 마시라.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감동했었고 전여옥씨가 노대통령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부시를 싫어하니까 스스로를 진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는 부자들 세금 좀 더 내서 아주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재벌들이나 기득권층이 자기재산이나 노력 또는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대접과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자손 대대로. 자본주의의 경쟁 원리도 물론 필요하지만 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아버님과 아버님 친구 분들은 현 정권과 우리나라 진보 세력 때문에 우리나라가 북한의 김정일 체제 하로 흡수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 근심을 하고 계신다. 어떤 사람들을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을 꼴통 보수라고 부르기도 한다지만 직접 북한의 공산화를 경험하고 총을 들고 6.25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 공산주의나 북한에 대하여 뼈에 사무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굳이 심리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다. 상상해 보시라 여러분이 청소년 시절에 갑자기 천지가 개벽을 해서 남북한에 전쟁이 나고 주변에 가족과 친구들이 죽고 갑자기 고향에서 뿌리 뽑혀 혈혈단신 남한으로 피난 내려와 배고픔과 외로움에 눈물을 흘려보았다면 빨갱이 공포증에 안 걸리겠는가? 우리나라 60,70 대 어른들 그 와중에 정신병 안 걸리시고 우리나라를 이만큼 키워 놓으신 것 대단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진보세력을 친북/빨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한다. 현 체제에 고칠 점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북한 체제가 그 대안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나는 믿기가 힘들다. 유럽식 사회 복지 주의를 지향한다면 또 몰라도. 북한이야 사실 갑자기 붕괴해버리면 우리나라에 재앙이 될까 무서워서 달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엉터리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국민들은 굶어 죽는다는데 3대가 세습해서 정권을 유지한다고 하니. 나는 우리나라에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기가 참 어렵다. 아마 체 게바라 같은 이상적 공산주의자를 동경하는 사람들이야 소수 있겠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만큼 시도해 봐서 별 볼일 없으면 이제 포기해야지 또 한 번 우리나라를 공산주의가 성공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장소로 만들자는 말인가?
그래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이 우리나라 진보 세력이 일부 극우 세력의 빨갱이 론에 더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니 진보 세력의 여러 가지 목소리와 활동이 그쪽으로 해석되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 부시가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의 진보 세력이 전통 기독교적 가치관을 말살하려 한다는 보수 세력의 정치 공세에 사실 민주당 정책에 오히려 혜택을 받을 가난한 남부 사람들이 넘어간 이유도 있다고 본다. 진보 세력은 물론 어디로 어디까지 가자는 것인지에 대하여서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빨갱이/북한 체제 지향 이미지를 확실히 떼어버려야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진보 세력이 보다 더 우리 사회 중심에 서서 정치와 개혁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사회 부조리나 불의를 보고 외치는 것을 넘어서서 어디로 가자는 것인지에 대하여 긍정적 비전을 제시해야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 아닌가?
200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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